지난달에 지인들과 삼각지에서 약속이 있어 만남을 갖고
이야기 끝에 이 국수집에 사연이 있다 하여 찾아가 보기로 했다.
삼각지역 1번 출구에서 우리은행을 우측으로 끼고 돌아
5~60M를 걷다 보면 허름한 노란색 아파트가 보이고
아파트 담과 맞다아 있는 집으로 간판은 작아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간판 한켠엔 35년 전통에 국수 전문 이라고 자랑(?)이 겯들여져 있다.
이날은 서울 및 경기 북부에 3일째 폭우가 쏳아져 물난리가 나던 때라
그 끝물로 낮에 조금 밝았던 하늘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
비를 피해 급하게 몇컷을 찍고는 옛집 국수 집으로 가기 바빳다.
아파트 벽과 함께 길게 나란하게 있는 집은
세월을 느끼게 하는 허름한 단층 구옥으로
온통 빨간 포장을 하고 있다.
창밖에서 실내를 바라 본 모습으로
걷 모습과 다르게 나름 깔끔하다.
벽에는 세월을 느끼게 하는 빛바랜 메뉴판
저녁식사 시간
식사 주문을 하고 식탁에 앉아 바라 본
주방주방을 찍는게 왠지 미안한 생각에
후레쉬도 없이 찍었다.
바닥 전체에 물기가 촉촉했지만 깔끔헤 보였으며
집기들도 허름하고 어수선 한듯 보였는데
제법 정갈하게 놓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세명이 주문한 온 국수 1, 비빔국수 2, 김밥 2줄이 식탁에 차려졌다.
주문한 음식이 빠르게 나왔다.
'온 국수'(3,500원) 일명 '잔치국수'
약간 오래 삶은듯한 국수 위에 유부와 가늘게 썰은 다시마 줄기
그리고 송송 썰어 놓은 대파가 멸치를 푹 삶은 개운한 맛의 다시국물 위에 올려져 있다.
주문을 할때 마음은 '콩국수'를 외치고 싶었지만지인 둘이 동시에 '비빔국수'를 주문하니
국수집에 잔치국수가 메인 메뉴일듯 해서잔치국수를 먹어보는 것이 예의다 싶어
잔치국수인 '온 국수'를 주문했다.
'비빔국수' (4,000원)
국수 위에 김치가 보이고 그 위에 콩나물이 수북하게
그리고 참깨가 뿌려져 있다. 덤으로 온국수 육수가 한사발 겯들여 나온다.
내가 비빔국수를 쳐다보니 지인이 나보고 한 젓가락 먹어 보라는데
양이 적은듯 한걸 눈치없이 내가 한 젓가락 가져가면
지인이 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맛을 보나...ㅎ
'김밥' 한 줄에 2,000원 이다.
김밥 끝에 우엉을 꼬리처럼 달고 있는게 데코레이션인지???
계란말이, 당근, 우엉, 다꾸앙 정도가 누워 있었고
김밥의 앙꼬인 소세지는 안들어 간듯 하다.그런데 그리 짜지않고 맛있다.
평소 국수를 좋아하는 나로선 온 국수의 양이 적어
김밥으로 허전한 배를 갈무리 했다.
'김치'이 집에 유일한 밑반찬이다.
사실 착한 가격에 맞추다 보니양은 좀 적은듯 하고
맛 또한 기막힌 맛집의 그것과는 확연히 비교가 된다.
맛과 양에 큰 기대를 하는것 보다는 주인 할머니의 옛 일화가 서려있는 명소에
국수 맛을 보러 간다는 가격만큼 가벼운 마음이면 족 할 듯 하다.
소박한 국수지만 김밥과 함께여서 그런지
생각외로 배를 채워 줬던 '옛집 국수'기행 이었다.
이곳 저곳을 살피다 보니주방 입구에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언제 오신건지 열심히 김밥을 말고 계신다.
딱 봐도 미담의 주인공으로 보인다.
SBS TV 프로그램 '리얼 코리아'에 방영된 사진
식사를 마치고 벽에 걸린 액자들을 둘러 보았다.
직사각형의 작은 액자 속엔 빛바랜 신문 기사가 스크랩 되어있다.
배혜자 할머니가 남편을 사별하고 1981년에 처음 국수집을 열었고
온국수는 은은한 연탄불에 멸치을 넣어 육수를 내는게 비결이라고
비법을 기사화한 내용이다.(글, 사진 황인찬기자)
파라과이에서 사업가로 재기한 김영석씨(국수먹고 도망갔던 그분)가
국수집 할머니를 생각하며 쓴 편지
맨 밑에 '국수집 할머니는 나에게 혁명가였다!'고 써있다.
신문기사의 글이 작아 읽을 수 없어 글로 옮겨 보았다.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를 외쳐
국수값을 안내고 도망가던 남루한 40대에게 감동을 줘지금은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새 삶을 찾게 해 줬다는 미담을 소개한 신문이다.
글씨가 작아 잘 안보이죠.
- 그냥 걸어가.
뛰지말고. 다처. 괜찮아 -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허름한 국숫집이 있습니다.
달랑..
탁자 4개 뿐인 그곳에서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진하게 멸치 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 국물로 국수를 말아냅니다.
10년이 넘게..
국수값을 2천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대로 무한리필 입니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SBS TV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 고짜
“감사합니다” 를 연발했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사연을 말했습니다.
“15년 전..
저는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아내까지 저를 버리고 떠나버렸습니다.
용산역 앞을 배회하던 저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끼니를 구걸했지만
그러나..
찾아간 음식점마다 저를 쫓아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잔뜩 독이 올라
식당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국숫집에 까지 가게 된 저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다 먹어갈 무렵..
할머니는 국수 그릇을 나꿔채더니
국물과 국수를
다시 듬뿍 넣어 주었습니 다.
그걸 다 먹고 난 저는
국수 값 낼 돈이 없어
냅다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가게문을 뒤따라 나온 할머니는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그냥 걸어가,
뛰지 말고..
다쳐,
괜찮아!"
도망가던 그 남자는
배려 깊은 할머니의
그 말 한마디에
그만 털~ 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그후 파라과이에서 성공한 그는
한 방송사에 전화를 하면서
이 할머니의 얘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부유한 집에서
곱게 곱게 자랐지만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해
이름조차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분에 넘치게도
대학을 졸업한 남자로부터
끈질긴 중매 요구로 결혼을 했습니다.
건축일 하며..
너무도 아내를 사랑했던 남편은
마흔 한 살이 되던 때
4남매를 남기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4남매를 키우느라
너무도 고생이 극심해서
어느 날..
연탄 불을 피워 놓고
4남매랑 같이 죽을까 하고
결심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옆집 아줌마의 권유로
죽으려고 했던 그 연탄 불에
다시다 물을 우려낸 국물로
용산에서 국수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첨엔 설익고 불어서
별로 맛이 없던 국수를
계속 노력한 끝에
은근히 밤새끓인
할머니 특유의 다싯물로
국수맛을 내서
새벽부터 국수를 말아 팔았습니다.
컴컴한 새벽에..
막노동, 학생, 군인들이
주된 단골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하느님! 이 국수가 어려운 사람들의 피가되고 살이 되어 건강하게 하소서" 라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기도한다고 합니다.
고작 네 개 테이블로 시작한 국수집이 지금은 조금 넓어져 궁궐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 테이블은
밤이면 이 할머니의 침대가 됩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이 국수가게에서 일하던 아줌마를 데려다 주러 갔다가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심장마비로 죽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가게 문을 잠그고
한 달,
두 달,
무려 넉 달을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대문에는 이런 쪽지가 붙었습니다.
"박중령입니다.
어제 가게에 갔는데
문이 잠겨 있더군요.
댁에도 안계셔서 쪽지남기고 갑니다.
제발 가게문 열어주십시오.
어머니 국수 맛있게 먹고,
군대 생활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끓여 준 국수..
계속 먹고 싶습 니다.
어머니 힘내세요.
옛날처럼 웃고 살아요.
가게 문 제발 여세요".
어떤 날은 석장,
어떤 날은 넉 장,
사람들로부터 편지 쪽지가
계속 붙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내시라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쪽지로
힘을 얻은 할머니는
그제사 다시
국수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할머니 가게는
이제 국민의 국수집으로
불리워 집니다.
할머니는 오늘도
배려와 사랑의 다싯물을
밤새 우려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이 모든게 다 파라과이 사장덕이라는 것 입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 난리냐"
할머니는 "오늘도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이하 생략..... SBS프로덕션 PD (전 리얼 코리아 연출)
우리 세상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듯 싶다.
그간의 무용담이 입소문을 탄 덕일까???가게엔 적당한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테이블을 비우고 채우고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맛있는 집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가장 평범하게 한결같은 맛으로 가벼운 가격을 일관해서만들어낸 그만의 장사 철학이 아닌가 싶다.
처음 4개의 테이블로 시작해 계속 옆집을 구입하고 늘려
허름 하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가장 긴 가계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토요일이 휴무다.
우리가 먹은 온 국수, 비빔국수 둘, 김밥 두 줄을
그 연세에도 총명하게 암산으로 계산하고 돈을 건네 받는다,
돈 거래는 확실하게...
건네받은 돈을 다시 확인
식사값을 현금으로 받으신 할머니가
현금을 받아 좋다며 파안대소 하신다.
올해 연세 84세(돼지띠)로 미담의 주인공 '옛집국수' 주인 할머니
국수집 앞에서 서성이는데 배 할머니가 나오셨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배 할머니와 35년의 무용담에
가족사 까지 스스럼 없이 이야기가 오갔다.
물론 국수먹고 튀었다는 그 사내의 이야기도
감초처럼 곁들여 졌다...!!!
우리가 처마 밑에 비를 피하고 있으니
할머니가 다가와 역경의 35년을 회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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