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빼고 이틀에 한번씩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채워 이녀석 한테 가는게 습관이 됐다.
지난해 11월 초 사돈 내외와 점심 약속이 있어
아침일찍 핸들을 잡고 달려 갔는데 내가 조금 일찍 도착했다.
식당 야외 쉼터에 풍선덩굴이 막바지 가을에 용을쓰며 매달려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니
누러케 익은 풍선 속에는 콩알탄 만한 까만 열매에 하얀 곤지를 찍고 매달려 있기에
어릴적 추억이 되살아 나며 아직 멸종하지 않고 살아 생명을 이어가고 있구나 싶어 십여개 채취했다.
나 어린시절엔 꽃밭에 꽃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덩굴식물은 나팔꽃, 수세미, 풍선덩굴 정도가 때론 포도나무가 보였던 기억이 있고
풍선덩굴은 꽃이 작아 그런지 그중 더욱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하얀꽃이 작아 꽃 향은 물론 별 폼은 없지만 탁구공 보다 조금 작은 열매의 주머니가 주렁주렁 열리고
열매 주머니를 두 손가락으로 누르면 '뽁'하고 터지는 쾌감과 다 익으면 떡잎처럼 누렇게 변해 매달려 있다.
채휘한 열매를 소중히 가져와 서랍에 넣어 애지중지 보관했다,
봄에 냉장실에 넣어 놓고 심을 시기를 재며 기다리다 이때다 싶을때
아파트 주변을 이리저리 물색 해 봤지만 넝굴식물이라 심을 장소가 만만치 않다.
심을 곳을 아파트 작은 출입구 장미넝쿨 아치에 덩굴을 올려야 겠다 마음속으로 정해 놓고 막상 심을려니
그냥 땅을파고 심을 작정이었는데 그러기엔 땅이 너무 단단하게 다져져 적당치 않다.
마침 버려진 화분을 주워 와 거름이 잘된 흙을 채웠는데 이제 타고 올라갈 지주가 필요했다.
다시 아파트 단지를 전부 돌아다녀도 넝쿨이 타고 올라갈 마땅한 지주 감이 안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준비 할려니 이것저것 손이 많이가며 세월만 흘러간다.
우여곡절 끝에 대나무 빗자루 손잡이를 발견하고 주워와 흙을 채운 화분 한 가운데에 꽂고
씨앗을 정성껏 심었으나 고양이나 새들이 훼방을 놓을까 걱정되어 손이 타지않을 만하고 관찰이 용이한 곳의
키작은 나무 밑에 화분을 놓고 물을 주며 싹이 나기를 기다리는데
아뿔사 경비아저씨가 화단에 물을 주면서 화분에 수압이 강한 물을 직사하여
화분에 흙이 움푹 파였고 일부는 화분 밖으로 흙이 튀어 나갔다.
흙을 살피며 보이는 씨앗을 다시 심었으니 몇 개나 발아 할 건지 노심초사 하며 매일 들여다 본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니 이런저런 풀들이 파릇파릇 싹이 나오고
내가 기다리는 싹은 보이질 않아 조바심을 내는데
드디어 풍선 씨앗을 머리에 이고 싹 두개가 나오는게 보인다.
마음속으로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이때부터 화분에 물 주는걸 더욱 열심히 하며 검은흙을 관찰 하는데, 새싹이 2~3일에 하나씩 나온다.
먼저나온 싹은 덩굴손을 더둠어 가운데 꼽아놓은 지주를 타고 씩씩하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때늦은 세상구경에 조바심이 난건지 하루하루 몰라보게 자란다.
어느덧 꽂아놓은 지주를 넘어 넝쿨이 휘적휘적 허공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니
처음 마음에 정해 놓은 장소로 화분을 옮기려고 화분을 들어내고 줄기를 세어보니 8개나 나왔다.
늦은 파종에 흙에 깊이 묻힌 씨앗은 더욱 늦어 풍선이 열릴까 걱정하며 정성을 들였다.
처음 열린 풍선을 감개무량해서 찍어 놓았고 그 사진으로 확인하니 6월 하순에 겨우 첫 풍선을 봤고
이제 처음열린 사진의 열매는 작년 열매를 채취 할때 처럼 누렇게 익어 매달려 있었응데
오늘은 누군가 한개를 채취 해 갔다...
양심이 바른 사람인듯 한개는 남겨놓고 하나만...ㅎ
그리고 다시 새로운 풍선이 매달려 익어간다.
나무 밑에서 장미덩굴 밑으로 옮겨 놓온 화분
어제밤에 찍은 사진인데 덩굴 중간쯤에 매달린 풍선 두개가 보이고
밑에 누렇게 익은 풍선(처음 달린 풍선) 하나도 보인다.
화분 전체모습
낮에 사진찍으며 관찰하니 작은 열매가 몇개(5개) 더 보이며 기대에 부풀게 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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