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목> 백합과
그늘진 숲속, 빛이 많이 바랜 원추리 한 송이가 나를 반긴다.
원추리가 피는 한여름 같으면 눈길을 안 줬을 텐데
철 지난 꽃을 만나니 또 다른 반가움이 있다.
햇살이 강하게 비추는 곳 이었으면 벌써 꽃이 지고 없었을 것이다.
적당한 그늘이 그동안 이 녀석을 지탱하게 해 줬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진한 주황색이어야 할 꽃잎은 색이 엷게 변해있고
온 몸에 진딧물의 공격을 받으며
마지막 사력을 다 해 버티고 있다.
아마 올 마지막 원추리가 될듯한데
내년이 되어야 더 튼실하고 화사한
많은 원추리를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