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광이 어렵다고요? 노출 고정 버튼이 있습니다.
생태사진에서 측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생태사진가라면 식물 원래의 색감을 정확히 표현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붓꽃과 제비붓꽃은 매우 유사한데, 일단 자연상태에서는 색감의 차이로도 멀리서나마 일차적인 인지를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노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카메라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된 색감은 자연상태와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이는 사진을 보고 정확한 동정을 할 수 없게 하거나 사진으로 공부한 이가 현장에서 식물의 동정에서 착오를 범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노출의 차이에 따른 색감의 변화는 화이트밸런스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노출이 부족한 상태와 노출이 과다한 상태에서의 색감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노출은 생태사진가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가 있겠지요. 사진을 보며 노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a. 노루귀
사진 a는 봄철의 노루귀를 역광으로 살짝 비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노루귀의 꽃자루 털이 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이런 모습은 아직은 추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노루귀의 특징을 강조할 수 있어 생태사진가들이 즐겨 하는 표현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생태사진가들에겐 정확한 측광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빛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노출을 잡는 방법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카메라 메이커마다 저마다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를 통해 측광을 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준비해놓았고 이들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 하나의 대원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생각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좀 쉽게 말하면 카메라의 내장 노출계는 모든 것을 사람의 피부 정도의 밝기로 표현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즉, 모델이 어두운 곳에 있다면 셔터를 오래 열어 빛을 더 많이 받으려고 하고 아주 밝은 곳에 있다면 셔터를 조금 열어 빛을 적게 받으려고 하게 되겠지요. 이런 특성을 염두에 두고 사진 ㅁ을 보면 역광으로 바위의 그늘진 면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뒤 편에는 햇볕에 빛나는 낙엽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우 어려운 조건입니다. 따라서 카메라의 자동 노출에 따라 촬영하게 되면 프레임내의 피사체들을 사람이 피부 정도의 밝기로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측광 영역을 차지 하는 영역의 밝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톤으로 표현이 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카메라에 있는 '노출 고정' 버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노출 고정 버튼이란 것은 셔터를 누를 때까지 현재 평가된 노출을 바꾸지 않도록 하는 버튼이며 카메라 기종에 관계없이 DSLR 카메라라면 다 가지고 있는 기능입니다. 사진 a에서 주 피사체는 노루귀입니다. 따라서 노루귀를 기준으로 측광을 하여야 하는데, 뷰파인더로 들여다 보면 가운데 동그란 원이 있고 이 원이 피사체로 넘치도록 한 다음 그 상태에서 노출 고정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면 주 피사체를 중심으로 적정 노출이 평가되어 고정되었습니다. 이제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면 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보통 4~5초간 노출 고정이 유지 되고(반 셔터를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는 계속 유지 됩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풀려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노출고정은 일반적으로 Av, Tv, P 모드에서만 동작한다는 것입니다.
사진 b. 너도바람꽃
전체 톤의 밝기 차가 크지 않을 때
사진 b는 이 사진의 주 피사체는 너도바람꽃입니다. 사진에서 주변은 어두운 편이며 너도바람꽃에 약한 빛이 들어와 있습니다. 구도에 변화를 주기 위하여 너도바람꽃을 왼쪽에 황금비보다 더 심하게 치우치게 배치 하였습니다. 이 구도에서 부분측광이나 스팟측광으로 적정 노출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너도바람꽃이 뷰파인더의 중앙 원이 A영역을 채우도록 한 다음 노출 고정 버튼을 누른 후 카메라의 시선을 오른쪽 살짝 이동하여 뷰파인더의 중앙 원이 B 영역에 위치하도록 한 후 셔터를 누르면 됩니다. 즉, 노출 고정을 하지 않고 구도를 잡은 상황에서 바로 촬영을 하게 되면 카메라는 부분측광이나 스팟측광에서는 B영역만을 측광하여 촬영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노출 고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피사체의 밝기와는 무관하게 단지 프레임의 가운데를 밝기를 기준으로 측광하기 때문에 결과물에서는 주 피사체인 야생화가 너무 밝게 혹은 너무 어둡게 표현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바로 주 피사체를 중심으로 측광하여 촬영하는 것이 노출 고정 버튼이 존재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고려하여야 할 것은 노출 고정방식에서 사용할 때 카메라에 내장된 부분측광이나 스팟측광 방식이 적합하다는 사실입니다. 기종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부분측광은 뷰파인더의 중심 원 부분에서 전체 영역의 8~10% 만으로 노출을 측광하고 스팟측광의 경우에는 3~5% 영역으로 측광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측광방식을 사용하면 피사체를 중심으로 보다 정확한 측광을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 c. 벚꽃
사진 c의 경우는 전체적인 톤이 매우 밝은 하이키한 사진입니다. 이런 경우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벚꽃을 중심으로 측광을 하게 되면 벚꽃이 사람의 피부 수준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밝은 분위기가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출고정을 한다고 하여도 항상 눈으로 보는 것과 동일한 느낌 혹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이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벚꽃 잎은, 더군다나 아침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는 벚꽃은 사람의 피부보다는 실제로 더 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자신이 눈으로 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측광보다 노출을 +1 스탑(stop) 해줘야 합니다. 이는 밝은 눈이 내린 풍경을 담을 때, +2 스톱을 하여 밝은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도 합니다.
사진 d. 쥐털이슬
작고 흰색의 야생화를 촬영할 때의 노출 보정
사진 d의 경우에는 배경을 이루는 초록 잎과 흰색 꽃의 대비가 매우 심한 경우입니다. 흰색 꽃의 경우 대부분 잎에 노출을 맞추면 꽃은 하얗게 날아가버리게 되므로 반드시 꽃에 노출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꽃이 충분히 커서 뷰파인더의 가운데 원을 충분히 덮을 정도라면 노출 고정을 통하여 측광하면 큰 무리는 없지만, 작은 꽃의 경우에는 흰색이 측광영역의 일부만을 커버하게 되므로 노출 평가 시 상대적으로 어두운 그늘진 부분에 있는 잎 부분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카메라의 측광메카니즘에서는 이를 피부 밝기로 표현하려고 측광하려다 보니 꽃이 흰색이 너무 하얗게 표현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도 노출 보정은 필요한데, 흰색 꽃이 측광 영역이 일부만을 차지할 정도로 작다면 노출을 -1~-2스톱을 줄여서 촬영하여야 정확한 흰색이 표현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 배경은 상대적으로 어둡게 표시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검은 배경에 피사체만 강조되는 사진을 만들 수도 있게 됩니다.
따라서 사진 a와 같이 주 피사체와 배경의 밝기 차이가 심할 경우에는 노출 고정은 적정 노출을 찾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사진 c와 같이 하이키한 분위기나 로우키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작가의 판단에 따른 노출 보정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또한 사진 d와 같이 흰색의 작은 들꽃을 촬영할 때도 반드시 -1~-2스톱의 보정을 하여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 초보 사진가들은 어느 정도 노출 보정을 해야 되는지 감이 없기 때문에 노출 보정이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지금 디지털 시대에서는 셔터를 누르고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반드시 촬영 후 LCD 창으로 결과를 확인 후 노출이 의도에 맞지 않다면 재촬영 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카메라의 작은 LCD와 실제 모니터에서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 또한 어렵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것 역시 경험을 통해 보완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사진 e. 왕과(왼쪽 보정전, 오른쪽 보정후)
컨트라스트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후보정이 필요한 경우
사진 e의 경우에는 피사체의 밝기 차를 극복하기 위해 후보정을 한 경우입니다. 왼쪽 사진을 보면 왕과의 꽃잎 가운데 곤충의 얼굴은 주변에 비해 어두운 편입니다. 따라서 꽃잎에 노출을 측광하면 통속이 어두워져 곤충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반대로 통속 곤충의 얼굴을 잘 보이게 노출을 측광하면 빛을 받고 있는 왕과의 꽃잎이 너무 밝게 되어 버립니다. 이 사진의 목적은 충매화인 왕과의 꽃가루받이 매개자인 곤충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곤충이 우선적으로 잘 표현되어야 하며, 왕과의 잎의 색감도 함께 잘 표현하고 싶어집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중도를 택해 측광을 하고 촬영을 한 후에 후보정을 통해 곤충과 꽃잎의 밝기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후보정이란 것 역시 예술사진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하는 생태사진에서도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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